빛의 전사들 - 1부 1화 : 비공정으로

skatl***

2015.07.25 17:16 조회 7266



모험이 시작됐다는 기대감과 두근거림에 밤잠을 설치던 세유유는 퀭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밝게 비추는 햇살을 손으로 막으며 눈을 잔뜩 찌푸린 상태로 약속 장소인 광장에서 기다리는 크라이브를 보았다. 세유유는 크라이브와 만나기 전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는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로브자락 끝이 뒤집어지지 않았나, 로브에 귀가 눌려 귀쪽부분이 눌려버리지 않았나 앞 뒤로 빙그르르 돌면서 퀭한 얼굴만 빼면 모두 완벽하다는 것을 알고 크라이브에게 시선을 향하자 어느덧 이미 세유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을 흔들고 있었던 그의 모습에 세유유는 당황했으나 애써 당황스러움을 감추고는 손인사를 응수해주었다.

"크라이브님, 이제 어디로 향하게 되나요?"
"라노시아 림사 로민사와 다날란 울다하에 일이 있으니 거기부터 들려야합니다."
"네? 림사 로민사와 울다하요?"

세유유는 그 말에 듣자 모험 시작 하루만에 결정이 후회스럽기 시작했다. 음유시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험가는 낭만과 풍류를 즐겨 어떤 급한 일이 있어도 유유자적 천천히 걸어다닌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그리다니아부터 림사 로민사와 울다하까지 걸어가기에는 너무 먼 길이었고 초코보를 빌려탄다고 해도 도착까지 며칠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마을도 있겠지만 야영은 필수 불가결할 것임을 인지한 세유유는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 앉았다. 아니, 주저 앉았어야 했다.

"괜찮으십니까? 세유유님?"

어느새 다가온 크라이브가 털썩 주저앉으려는 세유유의 팔을 잡아 쓰러지던 것을 지탱해주고 허리를 숙여 세유유의 상태를 확인했다. 모험에 대한 걱정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세유유는 갑작스레 정면에서 보게 된 크라이브의 얼굴과 팔을 잡혀서 꼼짝달싹 못하게 된 상태가 되버렸는데 어쩔 줄 몰라 입만 벙긋거리며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런, 실례했습니다. 세유유님만 괜찮으시다면 바로 출발하려하는데 괜찮습니까?"

그 말에 세유유는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황급히 고개를 위아래로 힘차게 반복해 끄덕였다. 크라이브는 그제야 팔을 놓고는 검은장막 숲 중부삼림으로 향했다. 세유유는 멀어지는 크라이브의 모습을 보며 결국 아무 말도 못한 자신에게 울상지으며 크라이브 뒤를 쫄래쫄래 쫓아갔다.

광장 남쪽 초코보 대여상을 그냥 지나치는 크라이브를 보며 세유유는 울상이 더 심해져 누가 보면 상이라도 당한 줄 착각할 정도로 얼굴이 좋지 못했다. 초코보 대여상를 지나쳤다는 것은 그녀에게 더 이상 걷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했고 벌써부터 모험이 모두 끝났을 때 자신의 다리가 루가딘의 근육질 다리처럼 될 것이 상상됐다. 애써 잊고자 고개를 크게 휘젓자 크라이브가 시야에서 사라져 황급히 쫓아가니 그는 카라인 카페 안쪽에 있었다. 나가기 전 요기나 하려나보다하고 생각한 세유유는 한동안 못 먹게 될 라노시아 토스트를 주문하기 위해 뮤느에게 향했으나 크라이브는 뮤느를 지나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세유유는 뮤느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한 후 따라가자 거기에는 비공정 탑승 수속원과 대화중인 크라이브가 있었다.

"비공정?!"

세유유는 차마 상상도 못한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비공정은 에오르제아의 모든 마도 기술을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갈론드 아이언웍스사의 발명품으로 사장 시드 난 갈론드에 의해 에오르제아에서 4척이 건조되었다. 이후 울다하와 하이윈드 비공사에서 2척씩 구매했으며 하이윈드 비공사에서만 운항되었는데 상공은 이런 저런 위험이 많아 임시 항공편만 상상도 못할 고가에 운영되었다. 그러나 그랜드 컴퍼니인 그리다니아의 쌍사당, 림사 로민사의 흑와당, 울다하의 불멸대에서 상공 감지 체제를 강화하는 대신 정기편 운항을 할 수 있도록 제휴를 맺으나 문제는 그랜드 컴퍼니에서 인정한 자에게만 비공정 이용권을 하사하기 때문에 여전히 일반인은 이용하기 어려웠다. 꿈의 이동수단인 비공정을 타는 것이 평생의 꿈인 사람도 있는데 그걸 크라이브는 옆 마을에 초코보 마차 정기편을 이용하듯이 자연스럽게 요구하고 있었다.

"네, 비공정입니다만... 세유유님께서는 비공정 멀미라도 있으신가요?"
'타봤어야 멀미가 있는지 알지!'

세유유는 반사적으로 버럭하며 쏘아붙일뻔했으나 목까지 올라온 말을 가까스로 삼키고 싱긋 웃었다. 평생 가도 탈 수 있을지 모르는 비공정을 눈 앞에 두고 실수를 한다면 평생 걸쳐 후회하게 될 것이란걸 잘 알고 있었고 모험을 하루도 안되서 그만둔다면 그리다니아에서 살 수 없을 정도로 평생의 놀림거리가 될 것이다.

"저는 타본 적이 없어서... 크라이브님께서는 자주 타보셨나요?"
"아니요, 오늘 처음입니다."

크라이브는 그 한마디를 한 뒤 240길을 승무원에게 건내주고 비공정 승강장으로 향했다. 자기 할말만 하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크라이브를 보며 세유유는 어이가 없었으나 아무리 봐도 지금은 크라이브가 갑이었다. 세유유는 자신의 위치를 납득하고는 쫄래쫄래 따라가려다가 "아"하고는 탑승 수속원에게 향했다. 지갑에서 240길을 꺼내 비공정 이용비용을 지불하려 하자 승무원은 웃으며 말했다.

"먼저 가신 손님께서 먼저 지불해주셨습니다. 편안한 비행 되십시오."

그 말에 세유유는 얼굴을 붉히며 240길을 다시 지갑에 넣었다.

승강장에는 커다란 열기구 하나가 정박해 있었고 이런저런 행사에서 보았던 얼굴이 알려진 모험가나 이름만 대도 알만한 재벌들이 서로 사담을 나누며 승강장 옆에서 정기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유유는 크라이브를 찾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찾아봤으나 어디에도 크라이브는 없었다. 잠깐 승무원과 이야기하는 동안 벌써 출발했나하고 불안해질 쯤 정박해 있던 열기구 쪽에서 세유유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세유유님, 여깁니다."

열기구 안쪽에서 크라이브가 불러 세유유는 열기구로 향하니 그 열기구는 불을 지피지도 않았는데 공중에 떠 있었다. 게다가 열기구라고 보기에는 너무 세련된 모습이었고 공중에 뜨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보이는 디자인이었다.

'이게 비공정?'

비공정은 역사서같은 곳에서나 보다가 실제로 보게 된 세유유는 그냥 예쁜 열기구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에 적지 않게 실망했다. 열기구정도는 그리다니아에서도 탈 수 있었고 심지어 이크살족도 열기구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많이 기대했는데 이게 뭐야... 생긴 것도 열기구처럼 생겼고 몇명 탈 수 있는 것처럼 크지도 않네...'

세유유가 땅을 바라보며 투덜투덜거리며 발을 꼼지락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세유유의 몸이 붕하고 공중으로 떴다. 세유유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다가온 크라이브가 세유유의 허리를 감싸올렸다. 세유유는 발버둥치고 싶었으나 바로 아래가 낭떠러지인 것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실례했습니다. 곧 출항시간이라서 늦으면 안됩니다."

크라이브는 세유유를 어깨에 앉히고 한손으로 세유유의 몸의 균형을 지탱해주며 비공정으로 향했다. 그리다니아의 따뜻한 햇살에 달궈신 넓은 어깨방어구는 간담의 서늘함을 날려주었고 흔들릴때마다 받쳐주는 큰 손은 따뜻했다.

"출항하겠습니다. 출항시에만 비공정에 흔들림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하이윈드 비공사는 세유유들에게 안내해주고 기체를 움직였다. 그러자 덜컹거리며 비공정이 흔들리며 작은 반동이 일어 크라이브의 어깨에서 떨어질뻔한 세유유는 "꺅"하고는 크라이브의 머리를 감싸안았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고 바로 손을 뗐으나 의지할 곳을 잃은 양손은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몸은 부들부들 떨며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며 겁에 질린 세유유를 크라이브가 다정하게 두 손으로 허리를 잡아 비공정에 서게 하니 흔들림이 거이 없고 속도도 열기구와 비할 바가 못 됐다. 그리다니아의 따뜻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맑은 공기가 세유유를 감쌌다. 그제서야 정신차린 세유유는 머리카락과 귀 사이로 들어오는 따뜻한 바람과 요람처럼 안정적으로 흔들리는 기체에 안심하고는 자리를 깔고 앉았다. 흡사 그리다니아에서 요람에 앉아있는 기분을 느끼나 저멀리 벌써 작아진 그리다니아가 비공정을 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비공정의 편안함에 투덜거렸던 자신은 벌써 잊었고 깊게 눌러 쓴 로브를 벗고는 불어오는 바람을 눈을 감고 느꼈다. 지나가는 바람들은 세유유의 귓속에 잠시 머물며 정령의 속삭임으로 축하의 인사를 건내고 다시 지나갔다. 이 모든게 세유유가 지금까지 느꼈던 모험의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있었다.

'... 아차!'

세유유는 두리번거리며 탑승객이 크라이브와 자신밖에 없다는 걸 상기하고 가슴을 쓸어내렸으나 곧바로 흩날리는 머리칼을 정리하고 다시 로브를 깊게 눌러썼다. 비공정이 모험의 스트레스를 날려주었으나 퀭한 얼굴은 날려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제국력 36년, 에오르제아력 1557년

에오르제아 동쪽 대국 갈레만 제국은 에오르제아에 첫 침공을 개시, 에오르제아의 6대 대도시이자 군사 강국 '알라 미고'를 '가이우스 반 바일사르'의 계략으로 내란을 일으킨 후 침공해 함락에 성공, 현재까지 '알라 미고'는 식민 통치를 받고 있다.


제국력 41년, 에오르제아력 1562년

5년간의 '무풍의 시대'가 지나고 에오르제아 최고의 관광지 모르도나를 갈레만 제국이 침공, 비공전함 '아그리우스'가 이끄는 함대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봉인이 풀린 은빛눈물 호수의 수호신 '미드가르드오름'과 함께 서쪽 '드라바니아'지방의 수많은 드래곤들이 합세하여 갈레만 제국과, 드래곤들의 사상 최초의 공중전 '은빛눈물 호수 공중전'이 발발, 갈레만 제국의 침공은 막아냈으나 아름다웠던 모르도나는 그 여파로 황폐하게 변해버렸다.


제국력 51년, 에오르제아력 1572년

'제 7 재해'를 이용하여 갈레만 제국은 다시 에오르제아에 진군, 림사 로민사, 울다하, 그리다니아가 합심하여 침공에 대해 격렬히 싸웠으나 달의 위성 '달라가브'에 봉인되었던 거룡신 바하무트가 수천 년만에 깨어나 '메가 플레어'의 불길로 에오르제아를 잿더미로 만들어 '제 7 재해'가 발발.


그리고 제국력 56년, 에오르제아력 1577년




황폐화된 모르도나 남서쪽 작은 중앙 카스트룸에 갈레만 제국 붉은 색 비공전함이 아그리우스 잔해와 미드가르드오룸의 시체를 지나 도착했다. 귀빈이라도 오는지 중앙 카스트룸에 있는 모든 갈레만 제국병들이 대열을 잡고 비공전함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공전함이 땅에 쿠웅 소리를 내며 안전히 착륙하고 해치가 열리자 대열을 이루던 제국군들 모두 일사분란하게 경례 자세를 취했다. 해치에서는 단 4명만이 걸어나왔는데 4명 모두 누군지 파악이 안 될 정도로 온몸을 갑옷으로 걸치고 있었다. 온 몸을 붉은 중갑으로 입고 있는 자, 백색 갑옷에 건틀렛에는 건바느낙*1을 착용한 자, 흑색 갑옷에 한 팔이 건실드*2로 가려진 자 이 셋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그리고 그들의 대장격으로 보이는 흑색 갑옷에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등뒤에 거대한 검을 메고 있는 자가 맨 앞으로 걸어나왔다.

"에오르제아, 거짓된 신이 설치고 다니는 쇠락한 영혼의 땅, 그리고 두 번씩이나 제국의 공격을 수포로 만든 가증스러운 땅, 그리하여 에오르제아 침공 작전은 늦어졌고 그놈 같은 속물에게 권력을 넘겨주고야 말았다. 기대했던 메테오 계획조차도, 제 7 재해라는 재앙만 불러일으켰을 뿐, 지배 구조는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다. 불결하고 애매하며 혼란스러운 시대, 이 세상은 완전히 미쳐버렸어."

그는 눈을 한번 깜박이고는 말을 이었다.

"구원해야만 한다, 우리가 이 우매한 백성들을 미래로 이끌 것이다. 올바르게 지배하고 인도해야 이 땅이 평정을 되찾을 것이다."
"가이우스 각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고개를 조아리던 셋은 자리에서 일어나 중앙 카스트룸 안쪽으로 향했다. 가이우스 역시 카스트룸 안쪽으로 향했고 그를 바라보는 모든 갈레만 제국군이 예를 갖췄다.

"야, 가이우스 군단장님은 왜 에오르제아에 오신 거냐?"
"저번 사열식때 말씀하셨잖아, 대규모 작전이 있을 거라고."
"그런데 카르테노 전투*3 이후로 5년동안 본국이 우리한테 해준 게 없잖아? 이제 와서 새삼스레 뭘 하려는 건지..."
"가이우스 각하 뜻에 불만이라도 있나?"

조용히 잡담을 나누던 제국병들 뒤로 붉은 갑옷을 입은 중년의 기사가 붉은 검을 메고 나타났다. 짧게 치고 쓸어올린 금빛 머리칼과 이마 가운데 박힌 장식, 강렬한 눈빛은 누가 봐도 범상치 않은 인물로 보였다.

"네, 네로님?!"
"너, 어디 출신이지?"
"달마스카*4입니다!"
"저, 저는 알라미고입니다!"

떠는 목소리로 말한 알라미고 출신 제국병을 네로는 팔짱끼고 바라보았다.

"코드네임 '허밍웨이'"
"헉?!"
"사건 파일 58번, 팔라메키아 첩보기관*5에서 보고한 대로군."

네로는 팔짱을 풀고 터덜터덜 알라미고 출신 제국병에게 걸어갔다. 제국병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등 뒤에 매고 있는 검으로 손살같이 사선으로 베버려 일격에 절명시켰다.

"첩자다, 정리해. 피도 깨끗이 닦아내라.
"예, 옛!"

그는 자신의 적색 투구를 장착하며 모르도나 쪽을 바라보았다.

"내 마도 기술이 한 수 위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마, 갈론드."

밝게 빛나는 달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1 건바느낙 : 핸드 캐논과 흡사한 무기
*2 건실드 : 핸드 캐논과 흡사한 무기이나 큰 실드가 달려있다.
*3 카르테노 전투 : 5년 전 제 7 재해때 일어난 갈레만 제국과 에오르제아 연합의 전투
*4 달마스카 : 파이널 판타지 12의 주요 무대중 하나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문화가 섞인 곳
*5 팔라메키아 첩보기관 : 갈레만 제국 관계 조직


편당 15kb를 목표로 집필중인데 애매한 17kb가 나와서 잘라버렸더니 분량이 적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